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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 저편에/일상

미숫가루

종이와 쉼터 2010. 7. 11. 02:13

미숫가루. 언제부턴가 '미싯가루' 에서 '미숫가루'로 표준이 바뀌었다. 다들 '미숫가루'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냉장고에 구입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 배가 있어서 칼로 깍았더니 거의 투명 고드름처럼 표면이 많이 얼어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아차! 미숫가루에 넣어 먹는거다! 이걸 사진으로 찍어서 친구녀석한테 보여줘야지..' 하면서 배를 토막내서 깍두기처럼 만들고 냉장고에 넣어놓았다.


그리고 어쩌다 바쁠 때 먹으려고 준비해놓은 미숫가루 재료를 얼른 주방으로 가져가서 열심히 탔다. 병에 넣어서 사진도 찍고 친구녀석한테 "봤지? 나 외지와서도 이렇게 잘 먹고 산다! 짜샤! ㅋㅋㅋ" 하고 자랑 할 생각에 타고 또 타고.. 1.5L 페트병이 찰 때까지 계속 만들었다.



지난 번에는 수박이 없는 대신 메론 깍두기를 띄워서 먹는 사진을 올렸는데 그 녀석이 "이야~ 아~ 메론은 기념일에만 먹는 과일이거늘, 너는 참 럭셔리하게 사는구나." 라고 해서 난 답장으로 녀석을 보내버렸다. "서민적인 음식을 먹는데 럭셔리라니.. 차라리 '없어리' 로 불러다오!". 녀석) 메론이 어떻게 서민적이냐. 나) 그럼 마트에서 수박이 더 비쌀 것 같은데 냉장고에도 안들어가고 어쩌리?


TV도 보고 인터넷도 하면서 중간중간에 미숫가루가 시원해졌는지 확인해보고, 마침내 플라스틱 물 컵에 담고 아까 썰어놓은 배 깍두기를 우아하게 집어넣었다. 사진 찍고 나서 맛을 보는 순간,





아.............


씨..........


실패작이다!!!!!


그렇다. 미숫가루와 배는 안어울리는 것이다.


메론까지는 그나마 먹을 만 했는데 배는 아니었다. (배가 얼어서 그럴까??)


배에서 나는 시원한 (소다) 향과 미숫가루의 곡물 가루 냄새가 상반된다.


배가 아니라 네모나게 깍아놓은 마를 먹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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