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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서핑 도중 어찌하다 보니 코리아 헤럴드 사이트로 연결되었다.

헤드라인 기사 몇 개를 읽다가 [생활, 음식](?) 분류로 들어갔더니 비빔밥에 관한 수기가 있는게 아닌가.


작가에겐 어린 딸이 있었는데 딸에게 한국음식을 접해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언젠가 아빠가 직접 만들어주겠다고 했다는데, "기억 안나?"

하지만 본인이 만들어주기엔 시간이 부족해서 LA 에 있는 한식점으로 갔지만 문이 닫혀 있었고, 결국 근처에 있는 한국마트로 가서 재료를

구입, 딸에게 만들어주기로 했단다. 딸에게 한식 중 어떤 음식이 제일 궁금하냐고 물었더니 handsdown (손쉽게) "비빔밥 좋아!" 라고 대답했다고. 애가 비빔밥에 들어가는 신선한 채소를 보고 끌렸던 것 같았는데, 얘는 단백질 섭취가 필요했지만 비빔밥에 든 계란만으로는 부족하다

고 생각되어서 닭을 부재료로 넣기로 했단다. 미국에서는 구하기 힘든 bellflower(<- 뭔가 했더니, 우리 말로 '초롱꽃' 이었음. 종모양이 맞으니까)뿌리, 고사리 등..


이걸 읽다가 문득 생각난 것이다. 시간은 저녁 9시, 안그래도 배고팠는데 그럼 저녁식사를 비빔밥으로 해야겠군..

내겐 당근, 양파, 계란이 있으니.. 아참 버섯도 있었지... 딱이네...


내 주방 사용을 감시하는 가가멜 녀석이 나타나기 전에 빨리 준비하고 해치워야 한다는 미명 하에,

(<- 오죽했으면 이 표현을 썼을까. 내가 PET 떡복이를 만들려고 주방에서 뜨거운 물을 받고 있는데 마침 고시원으로 들어와서 주방 앞을

지나가면서 내가 뜨거운 물 받는 것까지 감시하더라. "@#$@$%@ 뭐하는지 봐라...", 타인 왈, "뜨거운 물 받고 있는데..". ㄱㅆㄲ)


방에서 재료를 썰었다. 도마가 없는 대신, 캘리포니아 산 오렌지를 담았던 질긴 봉지가 있었기에.. (안버리길 잘했지)

마침 사서 한 번만 쓰고 냉장고에 쳐 박아 둔 샌드위치용 햄도 있었고, 단호박도 있었다.


한 번도 안쓴 애호박은 상해서 버렸고 (에그그.. 아까워라...), 주방 감시 때문에 냉장고에서 시들어버린 시금치도 있다.


당근, 양파, 계란 후라이, 버섯을 잘게 썰어서 냄비에 담아서 주방에 가져서 물에 데쳤다.

(한 달 전에 모친이 가져다 주신 냄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공용 식기를 개인 방에 갖다놓으면 수칙에 어긋났거든. 숫가락이야 어쩔 수 없었고.. 나중에 구입할 것이다. 왜? 더러우니까. 고시원 사람들 중에는 설겆이를 대충해서 수저에 밥이 그대로 붙어있는 경우도 있다. 내가 남자임에도 결벽증적인 면이 있어서 깨끗하게 씻는 편이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전기밥솥에는 약 세 숟갈 만큼의 밥이 있었다. 아예 다 먹어버리지 그랬냐........


데친 재료에 밥을 넣고 참기름 한 숫갈, 고추장으로 비볐더니 양이 많아졌다. ㅋㅋㅋ 비빔밥의 힘이란....

덜 익은 당근이 씹히는 게 좀 껄끄러웠지만 이 정도면 훌륭한 요리요, 영양가 풍부한 밥상이었다.

안먹어서 참기름에 거의 녹다시피한 김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샐러드 만들려고 사 놓은 아삭아삭한 양상추도 넣었다.

깨도 뿌렸지... ㅋㅋㅋ




기름은 참기름만 들어갔으니까 느끼하지도 않고 여기에 시원한 오이와 함께 먹으니 무릉도원에 온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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