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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예술의 전당에 갔다.


Design & Art Fair 가 열렸기 때문이다.


분위기는 대체로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작 사람 많은 것은 문제가 아니지.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것이니까.

복잡한 게 싫었다. 질서가 없었다. 적어도 (미술관=)갤러리에 가면 작품감상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본다.

천천히 둘러 보며..


나 같은 경우는 색감이나 재질을 하나씩 따져가며 분석하는 편이다. 작품이 파손되지 않게 손가락등이나 손등으로 살짝 대어 본다든가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거기서 본 사람들은 대다수가 자신을 주제로 하는 패션쇼에 온 것처럼 작품 앞에서 사진 찍기에 바빠 보였다. 커플들.

커플은 무조건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월권이기에), 적어도 정말 작품감상을 하러 온 사람들을 위해 정숙하고 예절을 지켜주었으면 했다.


그리고 사진 찍기 바쁜 사람들. 나도 예전에 갤러리에서 사진 찍은 적이 있지만, 사진 촬영을 한다고 해서 스스로가 그 작품을 소유하는 것도 아니며, 그 작품을 머리로 완전히 이해했다고 보진 않는다. 그저 블로그에 올려서 나 잘났다고 칭찬받기 위한 태도가 아닌지? ("그래 그 땐 내가 이런 곳에 간 적이 있었지.." 하고 추억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사진을 찍으면 뭐하는가. 이건 내 평이다. 작가는 따로 있는데 (그 작가의 기분은 안중에도 없이) 작가의 작품을 사진으로 찍어서 다른 곳에 공개해버리면 ..? 어차피 사진으로 보는 작품은 직접 보고 (작가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접촉하는 것보다 못하다.


가까이 가서 더 자세히 관찰하고 싶었는데 사진작가(?)들 때문에 시간을 더 지체한 것 같다. 걍 휴대폰 카메라로 찰칵하는 거야 잠깐이지만 DSLR 같은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와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내가 보고 싶은 것을 제때 못보고 카메라를 피해다녀야 했다니,

한심한 찍찍이들 때문에!!


eye sore!


내가 눈여겨 본 작품 중에는 도자기가 많았다. 도자기흙을 직접 반죽하고 펴서 얇게 만들고 오목한 무늬를 만들거나 바로 말아서 바로 구운 뒤 색을 입힌, 특히 조그만 아이 손 크기로 만든 작품이 좋았다. 컵 손잡이도 (어쩌면 더 붙이기 쉬웠을 지도 모르나) 손가락이 들어갈 수 있는 고리모양 보다는 집게 손가락으로 잡을 수 있도록 하되 디자인 감각을 위해 비스듬히 눕혀서 붙인 반달 수제비(? ) 모양이 눈을 즐겁게 했다.


그리고 또 다른 도자기 작가의 작품 중 컵과 그릇이 주제인 것처럼 보이던 작품. 움푹패인 접시 안으로 꽃그림이 자연스럽게 그려진 것과 은근히 비스듬하게 누임으로써 더 아름답게 보이도록 진열한 노란 줄무늬 컵도 마음에 들었다. 가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혼자 사는 인간이 좁아 터진 원룸에 들여 놓아 봤자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기에.. 즉, 싱크대부터 찬장까지 크고 넓게.. 아예 가정을 갖추었다면 내가 구입을 했을지도 모른다. 컵에 색이 옅어서 수면이 반짝거리는 차를 담아 마시면 왠지 더 맛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사진을 찍을 수 있었지만, 나 마저 그런 찍찍이들과 한패가 되고 싶지 않았기에 생각조차 하지 않은 것 같다.


금속 공예, 사슴 (주제: Dear Deer) 상은 멋있었다. 앞 다리 없이 앞으로 고꾸라지는 순간을 포착한 듯이 만들어진 작품과 물구나무 서듯 머리와 앞다리, 가슴 부위는 땅을 향한 체, 몸은 서 있으려고 (꽈배기처럼 비틀어져) 발버둥 치는 듯이 보이는 바로 옆 작품도 활동감이 살아 있었다. 작가의 설명을 삽입하자면; "사슴은 자연을 상징하는데 작품에서 사슴의 모습은 자연을 훼손하는 인간과의 관계를 표현한 것...." 이라고 한다. 볼트와 너트 등 금속 소재를 접착제와 함께 뭉쳐서 몸통을 만들고 그 위를 시멘트를 발라서 굳힌 듯이 보인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바르지 않고 배와 엉덩이 부분을 보여줌으로써 '<금속으로> <산업화된 인간 문명>을 표현'한 듯이 보였다.


그리고 예술성이 돋보이며 익살스런 작품 중에 아프리카 탄자니아(?) 에서 온 그림(?) 작품들도 있었다. 그림이라고 해서 그냥 연필이나 펜처럼 한 가지 필기구를 이용한 게 아니라... 발가락이 셋 달렸고 귀가 엘프처럼 커다란 요괴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그림 속에 나타난 분위기는 인간이었다. 여성의 가슴을 빨고 있는 자와 별개로 각자 자신의 입술을 양손으로 (위, 아래로) 잡아당겨 크게 벌리고 혀와 혀를 맞대는 장면은 입맞춤을 형상화한  것 같았다. 실제로 탄자니아 인들이 그렇게 키스하는지는 모르겠다. (실제라면 글쎄.. 보는 이의 눈에는 불결하게 보이지 않을까.. ㅋㅋ)


어떤 작품은 아스팔트처럼 보이는 도로 껍데기 한 쪽 면을 뜯어낸 듯한 형상과 그 안에 육류의 벌건 속살(색?)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처음엔 지표면 아래에서 끓어오르는 '마그마' 를 표현한 것으로 이해했지만 적혀진 글귀를 읽고 난 후에 해당 작품이 인류문명에 의해 파괴되고 있는 지구를 표현한 것임을 알았다. 내 해석대로라면, <인간이 고기를 먹기 위해 짐승들을 칼로 찌르고 잘라서 피를 보듯 지구를 그렇게 파헤치고 있는게 아닌가...> 가끔 생각하지만, 우리에게 편한 전철이나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나라들의 유통, 경제개선을 위해 뚫는 지하터널이 계속 생김에 따라 지구가 더더욱 약해져서 부스러지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사과벌레가 사과를 파먹듯이 말이다. 그 조그만한 몸뚱이를 채우기 위해 단기간에는 별로 먹지 못할 수도 있지만 사과 벌레들이 하나씩 증가한다면 어떻게 될까? 특히 사과가 한 개로 한정되어 있다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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